길었다면 길었을 9일의 기간. 9일째 저녁은 아쉬움을 남긴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저로서는 그냥 호스텔에 있었습니다. 저녁시간이 지나고 모두들 호스텔에 모였을 때, 몇몇 사람들이 제가 없었던 것을 궁금해 하더군요. 저도 그날 저녁에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네요.

호스텔에서 다음날 출발해야 하는 사람들이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Tobias Hunger 는 행사 내내 저와 많은 시간을 같이 했던 독일 사람입니다. 그는 다음날 새벽 4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운다고 합니다. 밤 12시부터 3시까지 호스텔에서 잠을 자기 위해 씻고, 2시간 자고 일어나는 것이 부담된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래서 저도 심심할까봐 같이 밤을 새우기로 합니다. :)

서로의 사는 얘기를 하면서 시간은 벌써 새벽 2시가 되었습니다. Tobias와 같이 온 Friedrich, 또 다른 Tobias 등, 독일로 가는 사람들은 짐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새벽 3시가 되어 Marcus 가 호스텔로 왔습니다. 새벽이니 차도 없을테고, 다들 택시를 타고 가려고 합니다. 새벽에 가려는 사람의 수가 4명을 넘어서 1차적으로 독일로 가는 사람들이 먼저 출발합니다.

캐나다에서 온 Aaron Seigo. 이 사람도 오전 7시 비행기를 타려 합니다. 하지만, 일찍 출발하려니 택시에 탈 사람이 없군요. 그래서 제가 일찍 준비해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려 짐을 채비하고 나올 때, 불가리아에서 여행 온 여성이 마침 공항으로 가려 하는군요. 같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갑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Aaron 은 뒷좌석에서 불가리아 여성에게 KDE 프로젝트와 자신이 회의에서 했던 일들을 설명해줍니다. 불가리아 여성도 재밌게 얘기를 들으며 공항에 도착합니다. Aaron 은 체크인을 하러 가고, 저는 잠시 기다립니다. 제가 체크인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Aaron 이 체크인하고, 이른 아침을 먹으러 식당칸으로 갑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절 보며 저는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빵을 먹기로 합니다.

더블린 공항의 커피점

계산기가 고장났는지, 주문을 직접 적어가며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페스트리와 함께 커피를 시켜놓고 자리에 앉으려 가니 Duncan 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언제 와 있었던 것인지...) Duncan 과 Aaron, 저는 자리에 같이 앉아 비행기 시간을 기다립니다. Duncan 은 먼저 출발하고, Aaron 은 조금 이른 출발을 한 탓에 잠시 졸고 있네요.
더블린 공항에서 Aaron

정말 피곤했나 봅니다. 뒤에 맥주집이 있군요.


Aaron 은 졸다가 아무래도 높은 의자가 불편했나봅니다. 탑승게이트로 가서 미리 자겠다고 말하며 먼저 출발합니다. 작별인사를 하고, 저도 커피를 다 마신 후 체크인을 하러 갑니다. 더블린 공항의 체크인은 정말 편리한 것 같습니다.
더블린 공항 입국장

체크인을 위한 단말기가 주륵 늘어서 있습니다. 저 멀리 '메뚜기'와 '풀밭'을 형상화한 풍선이 있습니다.

외국공항에서 체크인 하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한 상태로 체크인을 하러 갔습니다. Fast Check In 창구가 있길래 서있었는데, 한 나이 많으신 승무원께서 저에게 '여권'과 '승차권'을 보여달라고 말씀하십니다. 건네드렸더니 사진에서 보이는 단말기에 가져가셔서 바로 체크인을 해주시더군요. Fast Check In 창구는 먼저 단말기에서 체크인 수속을 끝난 다음에, 짐가방을 등록하기 위한 창구였던 것입니다. 나이 많으신 승무원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짐가방을 등록한 후, 소지품 검사를 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소지품 검사대에 와서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을 내리려는 찰나, 얇은 천가방에 넣어뒀던 기네스 맥주가 검사대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캔에 구멍이 났습니다. 맥주는 흘러내리고 냄세는 나고, 검사대 직원은 검사대를 폐쇄하고, 다른 승객들을 다른 검사대로 이동시킵니다. 맥주는 천가방을 적셨고, 바지도 적셨습니다.

면세점에서 적당한 가방을 하나 사서, 천가방에 넣어뒀던 소지품을 넣어두고는 바지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면세점을 돌아다니다가, 기네스 맥주를 8캔씩 묶어 파는 것을 들고 사들고 출국 게이트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공항 옥상에서 발견한 석상.
더블린 공항 건물 옥상

삭막한 옥상 건물의 외관을 꾸미기 위한 석상입니다.

딱딱한 건물의 옥상 풍경을 그대로 두지 않고, 공항 창 밖의 모습을 완화시켜주는 석상. 공항의 빈 공간마저도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한 훌륭한 석상이라 생각합니다.
출국하기 위해 타고 갈 비행기

아일랜드 항공의 세잎클로버. 인상적인 청록색의 비행기입니다.


출국 게이트에 도착해서 매점에 있는 샌드위치를 먹고는 아침을 떼웁니다. 기내에서 사먹으려면 비싸기 때문이죠. 비행기에 탑승하고나서 밤새도록 잠을 안자고 새웠던 탓인지 잠이 푹 들어버렸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네덜란드에 가까워져 오고 있었고, 비행기 창 밖으론 맑은 날씨에 하얀 파도가 넘실거렸습니다. 사진기를 짐속에 넣고 짐칸에 넣어뒀던 것이 아쉬웠었습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고, 다음 비행기를 탈 시간까지 4시간. 긴 시간을 어떻게 떼울까 생각하다가, 아침을 빈곤하게 먹었던 것을 기억하고는 아일랜드로 향할 당시 가지 못했던 '라면집'이 생각났습니다.
암스테르담 공항 내부

채광이 잘 드는 창문 옆의 의자들을 두었습니다.


공항을 돌아다니다가 라면집에 도착. 라면집에 갔더니 희한한 메뉴가 있네요. 그것은 바로!!!
암스테르담 공항 라면집의 연어 미소라면

연어 미소라면. 일본식 미소라면에 연어살이 얹혀졌습니다. 기름진 연어살과 미소라면의 조화. 맛있었어요. +_+

연어살이 얹혀진 미소라면. 정말 맛있었습니다.

라면을 먹고 있으려니, 사업차 나오신 것 같은 한국분이 옆 자리에 앉아 라면을 주문하고 계셨습니다. 아무얘기 없이 먹고 있다가, 슬그머니 먹는 얘기가 나와서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2시간 동안 얘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떼웠습니다.

공항 게이트가 변경되어서 이동을 하던 중 공항 내 넓은 장소에 세워진 조형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 공항 안의 조형물

사람들이 앉아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듯한 조형물

공항 내의 넓은 장소를 활용한 재밌는 조형물이었습니다.

환승을 위한 게이트에 도착해서 이제 출발을 기다립니다.
인천공항 행 KLM 항공 보잉 747

저 비행기를 타고 가면 이젠 정말 한국에 도착합니다.

길고 긴 시간이었지만, 저 비행기를 타고 가면 정말 한국에 도착하는군요. 아쉽지만 돌아가야하죠.

한국으로 가는 방향은 지구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입니다. 가는 동안 밤을 거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입니다. 자리에 가보니 한국으로 가는 한국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제 자리는 통로쪽 자리. 안쪽에 계신 어르신 부부내외께서 제가 많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셨는지 먼저 양해부터 구하셨습니다. 조금 있으려니 한국 스튜어디스께서 오셔서 몇몇 분들께 기내에 있는 다른 자리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튜어디스분이 제 옆의 어르신께 '다른 편안한 자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신들보다 제가 더 불편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자리를 바꾸기로 하고 새 자리로 가보았습니다. 이럴수가. 2자리를 제가 다 쓰게 되었군요. 올 때에는 정말 편하게 온 듯 싶습니다. :) (하지만 아까 물어보던 예쁜 스튜어디스 누님은 못보게 되었다는...)

이륙한 후 한 시간이 지나니 기내식이 나오는군요.
암스테르담-인천 첫번째 기내식

초콜릿 케이크, 초콜릿, 고추장, 빵, 연어 샐러드, 파스타

파스타. 또 나왔네요? 저번 비행에선 2번째 나왔던 메뉴였는데, 파스타를 처음부터 먹었습니다. 빵에 크림치즈도 발라먹고요... 훈제 연어 샐러드. 이렇게도 먹을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내식을 먹고 시간이 흐르니 기내 조명이 어두워졌습니다. 드디어 밤에 들어간 것이지요. 하지만, 왠지 마지막 여행이라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기내 TV 를 통해 'Car'도 보고, 멕시코 영화도 보면서, 기내 서비스도 주섬주섬 얻어먹고, 야참도 먹습니다.
기내식 라면

기내식으로 나온 라면. 외국 라면인 주제에 '김치맛' 라면입니다!

이... 이게 뭡니까? 김치라면??? 처음으로 외국에서 김치라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먹어보니 김치맛 같기도 하고요...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입니다. 밤을 새운것도 모자라 만 2일동안 잠을 안 잤던 저로서는 여행의 긴장이 풀려서 졸릴법도 한데, 묘하게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하루종일 내내 깨어있었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책을 정리하고,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정말 내가 갔다온 곳이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갔다왔던 기억은 너무나 적은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는 여행을 갔다올 땐 사진을 많이 찍어둬야겠따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정의 마지막 날인 9일째 되는 날의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낯선 이국땅이었어도 친근함과 왠지 모를 포근함에 외롭다거나, 힘든 맘은 전혀 들지 않았던 첫 해외 여행. 거기에 맘이 맞아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자리했던 곳이라 그런지 더욱 좋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마지막 날이군요. 사람들과 돌아다녔던 곳을 다시 한 번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호스텔의 아침식사가 나오기도 전인 7시. 서둘러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이 어슴프레 밝아오고 있다.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맑은 날입니다.

토요일의 아침이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군데 군데 차가 많았습니다. 아침부터 짐을 짊어지고 지나가는 동양인 행인이 운전자들에게는 희한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횡단보도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나라와 다른 횡단보도를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신호기의 버튼을 눌러서 신호가 될 때 까지 기다린 다음...
빨간 불의 신호등

자전거 신호등과 보행자 신호등이 따로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같이 쓰기 때문에 같이 붙어있습니다.


긴장을 하면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파란불의 신호등

같은 신호로 자전거와 보행자가 건너갑니다. 왼쪽의 차는 급하게 오다가 멈췄습니다.

파란불이 되자마자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의 차가 급하게 오다가 의도하지 못한 신호에 당황하며 급하게 멈춥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 절 보면서 어떤 맘을 갖았을까요?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는 구분되어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포장된 도로 부분이 자전거 도로이며, 자전거 도로와 일반 인도가 같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과 같이 신호를 건너도록 되어 있습니다. 도로 중 제일 막힌다는 강변지역을 지나갑니다. 교차로 부분에서도 자전거 도로는 계속 이어져 있네요. 저 멀리 Ulster 은행이 보입니다.
다리 앞의 로터리

자전거 도로가 로터리 건너편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행자 보도에서 붉은 부분은 자전거 도로이다.


일찍 일어난 탓인지, 동쪽으로부터 태양이 떠오릅니다.
새벽의 강변 모습

동쪽으로부터 컨테이너 화물차가 많은듯 하다. 길이 꽉 막혀있다.

토요일 오전임에도 차량이 많이 있습니다. 컨테이너 차량이나 대형 화물차량이 꽤 눈에 많이 보입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태양은 점점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 멀리 태양이 보인다.

멀리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신호기를 켜지 않아도 건널 수 있었는데도, 깜빡잊고 보행신호기를 누르고 건너버렸습니다. 저 많은 차량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기를 켜놓느라 약 30초 동안 차량들이 다리로 진입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미안한 맘이 들었지만, 다리를 건너는 동안 미안한 마음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다리위를 지나 동쪽을 봅니다.
2002년에 완공했다는 다리

동쪽으로부터 밝아오는 태양, 군데군데 서 있는 크레인들, 현대식의 아치형 다리가 번영해가고 있는 더블린을 상징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을 생각이었지만, 하루를 조금 더 길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빨리 자리를 이동해야겠지요? 다리 맞은편에 도착하고 나서, 사거리에 와서야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 일반 차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은행앞의 사거리

다리에서 강변을 따라 나있는 도로에 차량폭이 많아서인지 좌우로 이동하는 차도의 폭이 넓었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나란히 들어온다는 것이 흥미로운 모습입니다.

토요일 오전. 사람이 없을 때의 횡단보도.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을 지나다니는 느낌입니다. 강변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입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 차량 도로

사진 속의 모습이 정말 다른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길게 심어진 짧은 활엽수들과 그 사이사이로 서 있는 가로등,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벤치들, 자전거 도로... 절묘하게 짜여진 도시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골목을 트리니티 대학에 점점 가까워져 옵니다.
도로변의 술집

변두리 지역의 조용한 상가 지역. 네온사인 하나 볼 수 없는 것이 인상깊다.

중심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술집이나 식당, 잡화점 들이 모두 인상깊게 꾸며져 있습니다. 화려함 보다는 오래된 건물의 모습과 어울리는 모습, 담쟁이 덩굴이 무성하게 자라서 오래된 성벽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거리이지만, 사람이 많이 지나다닐 때에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고, 조용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대학교를 따라 걸어다니다 보니, 평소엔 관심갖고 보지 못했던 건물이 보입니다.
높은 고의 건물

뭔가 특별한 모습의 건물이지만, 다른 건물의 정렬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용히 서 있습니다. 다른 건물에 비해 높은 천정이 무언가 다른 용도의 건물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건물 기둥 위의 부분에는 분명 뭔가 쓰여 있긴 한데, 영어나 라틴어가 아닌듯 싶습니다. 전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왠지 멋있는 모습의 건물입니다.)

대학교 동쪽의 길을 걸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건물의 담 대신 건물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이 대학교 건물들

도로 오른쪽 블럭이 대학교 입니다만, 대학교와 건물들의 경계를 두는 담을 두지 않고 그냥 도로에 건물을 세워뒀습니다.

대학교라는 테두리를 두지 않은 듯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학의 모습도 왠지 색다른 것 같습니다. (대학교 옆을 걸어다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대학교의 동남부를 지나다니다 보니 건물 위에 갈매기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건물 위의 갈매기

항구 도시인데도 항구가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안드는 곳. 하지만 저 갈매기를 보고 나서야 항구 도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갈매기를 보고 나서야 항구도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항구에도 직접 나가보지 않았습니다. (조금 아쉽군요. 왜 항구로 나가보지 못했는지.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둘째날 길을 가다가 시간이 없어 급하게 들러 샌드위치와 커피를 테이크 아웃한 가게...
길 주변의 카페

주변에 샌드위치나 간단한 식사를 같이 파는 카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 다른 모습의 식당이었습니다.

왜 대부분의 샌드위치 가게에는 '할머니'들께서 일을 하시는지 궁금한 점이었지만, 이 곳 카페에서 인심좋은 할머니의 엄청난 샌드위치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딜가나 할머니들께서는 인심이 좋으신가봐요.)

걸어걸어가다보니 학교 동쪽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길가 서점에 들어가려 했더니 8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기에 다른 곳을 더 돌아보기로 하고 걸어갑니다.
학교 동남부의 입구

저 큰 나무 뒷쪽이 트리니티 대학의 동남부 쪽 입구입니다.

학교 입구가 있는 곳인데도 거창한 팻말이나 대문은 없고, 대신 도서관 안쪽으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만이 있을 뿐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그 앞에 있는 것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도서관입니다. 안쪽으로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학교 동남부 입구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 팻말도 자세히 써있는데, 이 사진이 흔들려서 제일 안타깝습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앟고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날 중국 참가자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던 샌드위치 체인점 Subway. :) 아일랜드 할머니들의 인심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국내에서도 가끔 보이던 Subway 에도 들어가 본 적 없던 저로서는 재밌는 체험이었습니다.
샌드위치 체인점 SUBWAY

이곳은 중국인 점원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중국인으로 오해하고 중국어로 주문을 물어보더군요.

어느 곳에나 중국인은 꼭 있다던데, 이곳을 방문하고 나서는 '이런 곳에도 중국인이?' 라는 생각에 놀라웠습니다.

길을 따라 계속 걷다가 눈에 띄는 간판!
Apple Store

애플 스토어. 이렇게 초라해도 되는건가요? 거기에 디지털 미디어 관련 매장인 듯한 짬뽕 분위기...

애플매장! 간판이 아주 눈에 띄는군요. 헌데, 매장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애플조차도 이곳에 오면 튀지 않는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 동쪽 입구를 지나 동쪽으로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서점을 열 시간이라는 것을 보고는 되돌아옵니다. 하지만, 배가 고프니 뭔가 먹어야 겠네요. 주변 샌드위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건너편 샌드위치 집

밖에서 들어올 때에는 사람이 없어서 운영안하는 줄 알았는데, 들어와보니 점원이 있더군요.

길을 지나가다 들린 샌드위치 가게. 점원에게 샌드위치를 주문했습니다만, '갈색 빵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미안해 하더군요. 상관 안 한다는 말과 함께 참치 샌드위치를 주문하며 여러가지 토핑을 넣었습니다.
샌드위치와 커피

아일랜드에서 먹는 마지막 날의 아침식사입니다.

커피와 샌드위치. 여행 내내 느낀 것이지만, 커피를 설탕 없이 들이키면서, 샌드위치를 거리낌없이 잘 먹는 것이 재밌습니다. 여행기간이 짧아서 그랬을까요? 한국음식이 그립다고 생각된 적이 없었습니다. -_-a

길에 서 있던 동상

아마 아일랜드 역사상 '잔혹한 기근'으로 알려진 그 날을 상징하는 동상 같습니다.

길을 지나오다보니, 동상이 눈에 띄는군요. 이 곳에선 길을 지나다니다 넓은 공간이 있을 법하면 동상이나, 조형물이 꼭 있었습니다. (왜 눈에 안 들어왔었는지...)

아일랜드의 역사. 특히 '감자 탄저병' 때문에 주식인 감자를 먹을 수 없어서 아일랜드 인구가 4분의 1로 줄었다는 그 때 당시의 일.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 당시 '영국'의 식량 착취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아일랜드의 역사가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독립했어야 했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으며, 그들이 원하던 것을 얻고 있는지... 어서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서점에서 많은 책들을 하나 하나 살펴봅니다. 역사서, 전공서적들... 하지만 아쉽게도 전공서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제일 아쉬웠던 점 중 하나...) 서점 내의 문구점을 둘러보다가 물감이 있는 것을 보고는 한 컷 찍어봅니다.
eason 서점 내의 문구점

여러가지 색상의 물감, 그림 도구들.


자... 이제 책도 다 구입했겠다, 밥도 먹었겠다... 더 돌아다니고 싶지만, PC 실습실로 가서... 짐을 좀 놔두고 와야겠어요. 학교로 가는 동안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는 실습실 내부 사진도 한 장 찍어둡니다.
PC 실습실

실습실 안의 풍경입니다. 컨테이너 안에 마련된 공간치곤 넓고 큽니다. 총 40대의 PC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되돌아가볼까요?

PC 실습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나눠주고는 숙소로 돌아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저녁식사를 같이하러 모두들 나갔습니다. 저는 숙소에 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는 가만히 있었지만요... 이제 정말 작별입니다.

동행했던 segfault 군. 한참 BoF 세션을 듣고 있는데, IRC 채팅방에서 자신이 있는 BoF 방으로 와달란다. '급한일'이 있는 줄 알고 실례를 범하면서 방을 이동했더니... 자기 발표하는 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래. 기념 될만한 일이니까 찍어주도록 하지.
(하지만 그 자리를 떠나면서 BoF 에 끝까지 참석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발표 모습 1

팔짱끼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아직 못 받고 있는 상태

발표 모습 2

뭔가 시연하니 모두들 집중한다. 발표 후 모두들 박수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본인에게는 기념적인 일이었겠지만, 나에겐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발표하고 나서 난 내 BoF 로 돌아가려 했고, 자리를 떴다. 자신의 발표를 마친 segfault 군은 남아서 그곳의 발표를 모두 들을 정도의 매너를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그도 나를 따라 나와버렸다.

나도 얼떨결에 내 BoF 세션에서 결례를 범했고, 그도 아무런 생각없이 그의 BoF 세션 참가자들에게 결례를 범했다. 자신은 충분히 눈치보면서 '적절한 때'에 나왔다고 변호하는 어리숙한 동행자를 보며, 아직 사회적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항상 새벽까지 잠을 안 자다가 아침해가 뜨면 잠을 자던 습관 덕분에 아일랜드에서는 밤에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 일찍 일어나게 된다. (습관은 엄청 무서운 것임을 그곳에 가서 알게 되었다.) 별다른 BoF 세션이 없던 3일째와 달리 4일째부터는 Asia 관련 BoF 가 생기게 된다. Asia 에 한국이 빠질 수 있을까? 나 또한 일찍 잠에서 깨어 BoF 세션 장소인 트리니티 대학으로 향한다. 아침 일찍 거리의 활기찬 모습을 찍으면서 더블린의 아침모습을 담아본다.

다리를 건너면 만나게 되는 로터리 횡단보도

자전거 도로까지 같이 있어서 횡단보도의 모양이 참 복잡해 보인다. 왼쪽의 아가씨(?)가 사진찍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니... 다시 보기 전까진 모르고 있었다.;;;

아침 출근시간을 잘 타고 나왔는지 사람들이 많다. 날도 화창한 날씨라 사람들의 눈에도 뭔가 잔뜩 기대되는 표정이다. 이 곳 날씨 감각은 우리나라의 것과는 달라서 이렇게 맑은 날은 눈에 띄게 적다. 구름 사이로 빛이 비치기만 해도 "Sunny" 라고 표현하는 이 나라에서 이렇게 맑은 아침 날씨는 사람들의 맘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반대편 Custom House 쪽을 바라보고 또 한 컷!
"Custom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재밌는 것은 '보행자 버튼'이 있어서 이 버튼을 누르기 전까진 신호가 바뀌지 않는다. 모든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다. 처음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휙휙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곳 사람들은 질서에 대해 별 신경을 안쓰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버튼을 누를 때에는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을 때, 건널 기회를 얻기 위한 신호로 생각한다. 그래서 차도에 차가 없으면 횡단보도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그냥 건넌다. 횡단보도 바닥에는 '왼쪽을 보시오(Look Left)' 혹은 '오른쪽을 보시오(Look Right)' 라고 써있는데, 이것은 차량이 오는 방향을 보도록 지시한 것이다. 반대로 차량은 '신호'를 정말 엄수한다. 5번째 날 오전, 이 다리를 건너면서 혼자 건너는데 '신호 버튼'을 눌렀다가 강변을 따라 차량들이 줄지어 연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횡단 신호도 길었던 탓이지만, 차량들이 신호가 바뀌지 않을 때까지 아무리 보행자가 없어도 신호를 지키고 있었다. 어떤 의미론 무서울 정도로 합리적인 신호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시내라고는 하지만 어느 곳이나 골목길이나 좁은 길은 있기 마련. 그런 곳에선 왠지 모를 낙서가 많기 마련이다. 다리를 건너 횡단보도를 지나 Ulster Bank 옆으로 지나가면 왼쪽에는 다음과 같은 모습의 길이 보인다.
Ulster Bank 옆 길

깨끗한 오른쪽 길과는 다르게 왼쪽 길의 벽은 낙서로 가득하다. 군데 군데 조금 특이한 낙서를 볼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대조적인' 풍경의 길은 많지만, 이곳의 길은 왠지 모르게 대조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조적이다.
희한한 낙서 1

낙서도 왠지 재밌고 회화적이다.

아무렇게나 그린듯한 그림도 사실은 공들여 그린 그림같다. 외국에서는 낙서 하나도 '예쁘게' 그리려고 맘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 낙서는 아무나 쓴 글씨가 대부분인데 비해 이곳 낙서는 뭔가 하나의 주제를 갖고 그리는 경우가 많다.
더블린 2층 버스

대부분의 버스가 2층차량이다. 좁은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버스가 지나다닌다.

좁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2층 버스가 지나간다.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일방통행인 경우가 많고, 유턴구역이 없다. 모두 P 턴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내 중심도로에서 신호대기 시간이 길면서도 차들은 막히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제일 막히는 구간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교통 체계가 얼마나 혼잡하고 쳬계적이지 않은지 대조해보고 알 수 있었다.
전철이 오가는 다리

저 멀리 트리니티 대학 공학관 건축 현장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철교는 전철이 오가는 다리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곳의 전철은 지상 2층을 오간다.

한가지 이색적인 모습은 '전철'이다. 우리나라도 2호선이 도로 위를 지나는 철로가 있지만, 이곳의 철로는 뭔가 다르다. 낮은듯 하면서도 높이 있는 저 철로 위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거리 풍경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개방적인 성격을 갖은 아일랜드 사람들. 이곳에서의 아침은 모두들 활기 넘치는 모습이다. 오랫만의 맑은 날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Pearse Station

피어스 역. 저 건물이 역이다. 희한하지 않은가? 건물과 같은 형태로 역이 서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센스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항상 건물과 구분되어 세워져 있는 우리나라 전철 역사와 달리, 저 역은 건물 자체이며, 다른 건물과 다를바 없다. 마치 구름다리가 있는 건물 같이 보인다.
Goldsmith Hall 을 잇는 구름다리

대학교 건물과 외부 Goldsmith Hall 을 잇는 구름다리. 일반 도로 위에 있으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학교 건물이라는 표시도 나지 않는 것 같다.

역사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사거리가 있고, 도로 위에 '구름다리'가 놓여있다. 차로 위를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밖을 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벽이 인상깊다.
공사중인 공학관

트리니티 대학에서 공사를 진행중인 건물이다. 공학관이 될텐데 얼마나 높이 지으려는지 까마득하다. 바로 옆에 전철노선이 있다.

한양대에서나 볼 수 있었을까? 대학 바로 옆에 전철이 다닌다는 것도 놀랍기만 하다. 건물 바로 옆에 전철이라니... 하지만 이곳에선 그런 것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PC Hut

코드 마라톤이 진행되는 PC 실. 2층 전체를 쓸 수 있게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저기에서 코딩하거나 자기 작업을 했다.

대학교에서 제공한 PC 실. 사실은 클러스터가 있는 곳이다. 각 PC 마다 하나의 클러스터 노드가 되어 서로의 작업을 분산하여 작업하는 곳이다. 2층으로 된 가건물이었지만, 시설은 완벽했다.
공사 현장 옆의 전철

학교 안으로 들어와서 공학관 건물 공사 현장을 지나가는 전철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진풍경이다.

왼쪽의 통로로 가면 건물의 입구가 보인다. 그곳이 Loyid Institute 건물로 생물유전자 연구 시뮬레이터가 있는 곳이다. 의외로 멋진 페이스의 교수님이 계시는 곳이라 인상 깊었다.

아침에 거리를 거닐고는, 바로 빈 강연장으로 들어가 내 할 일을 한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들면서도 익숙한 느낌의 이 곳. 다음에도 또 볼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연찮은 기회에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aKademy 컨퍼런스에 초청받았다.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 설레임보다 긴장과 두려움이 앞섰다.
긴장되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얻는 즐거움이 너무 컸다.
아일랜드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여 가게 되었고,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는 보잉 747 을 타게 되었다.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Marcus는 더블린 공항과 숙소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747번이라고 말하며, '네가 타고 올 비행기조차 747 이 아닌데, 버스가 747이야.' 라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비행이 처음이어서 그런지 잔뜩 긴장했지만, 비행기에 탑승해서 자리에 앉았을 때에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뭐랄까, 한동안은 긴장을 풀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된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KLM 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스튜어디스 누님들은 당연히 '외국인'. 국내 스튜어디스
누님들도 계셨지만, 항상 나에겐 '외국인' 누님들이 오신다. 처음에 받게 된 기내 서비스.

아몬드와 생수

처음으로 받은 기내 서비스

이륙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설레임 때문에 1시간이나 지난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벌써 기내식이 나온다. 처음받아보는 기내식에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닭고기 기내식

왼쪽 위부터 초콜릿무스케잌, 김치, 고추장, 커피컵, 버터, 아일랜드 드레싱, 식기와 요지의 포장, 셀러드, 치킨도시락

순간 촌놈된 느낌이다. 밥상을 받아놓고 '어떻게 먹을까' 고민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퓨전 음식이 또 있었을까? 치킨도시락을 열었더니 볶은 배추로 밥과 닭고기가 나눠져 있었다. 닭고기는 '소금간'도 안하고 버터향이 물신 풍겼다. 먹으면서 '고추장을 찍어 먹어야 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고추장은 안 어울릴 것 같고, 김치는 짜기만 하다. 그냥 '느끼한' 첫 기내식을 먹었다. 아일랜드 드레싱을 셀러드에 뿌리고, 나눠준 '모닝빵'을 칼로 째서 버터를 발라 먹고는, 커피를 받아서 초콜릿 무스케익과 함께 먹었다. (나름대로 정석을 따라서 먹은듯 하다.)

기내식을 먹고나니 비행시간도 어느새 훌쩍 3시간째를 지나간다. 간간히 기내에 있는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비행정보'가 나타난다. 3000 m, 5000 m, 8000 m... 어디까지 올라가는거지? 창밖의 모습은 벌써 구름위를 날아다니고 있게 된지 한참 오래전이다.

비행기 창 밖 풍경

날개가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 엔진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랫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흠이면 흠이다.

비행기 처음 타 본 사람은 역시 촌티난다. 중간 중간 '창문'을 통해 구름 모양을 확인한다. 동행했던 segfault 군은 창가 자리에 있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가보다. 나라면 하루종일 바깥 풍경만 보고 있었을텐데...

기내 방송을 보고 있으려니, 벌써 기내식이 나온다. (벌써라고 하지만 비행시간이 8시간이나 지났다.) 기내식 중간에 음료만 2번 서비스 받았다. 속으로 '먹을것도 많이 주는군. 먹다보면 지루해지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기내식 - 파스타

왼쪽 위부터 과일, 연필과 함께 동봉된 식기와 설탕/소금/후추, 크래커, 크림치즈, 에어셀 초콜릿, 빠지지 않은 고추장과 김치, 셀러드, 파스타

이런 호강이 있나. 밥 먹은지 4시간도 안되어 또 기내식이다. 이번엔 메뉴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파스타 맛은 정말 절묘했다. 인스턴스 파스타의 맛은 정말 내 기억에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올 때도 먹었으므로...) 재밌는 것은 상자로 만들어진 케이스 뚜껑 안쪽에 스도쿠(가로, 세로 9칸에 1부터 9까지 일렬로 반복되지 않게 채워넣는 퍼즐)가 그려져 있었다. 연필은 그 때 사용하기 위한 것. 천천히 기내식을 먹으면서 풀어보려 했지만, 파스타가 먹기 힘들어서 그랬는지, 시간이 너무 없었다. 옆에 앉은 Fabrio 아저씨는 벌써 뚜껑 부분을 찢어뒀다. 집에 가져가서 풀어볼거란다.

기내 TV에 비춰지는 항공 정보에는 벌써 러시아 상공에 도달했을음 보여준다. 갑자기 기류를 만났는지 기체가 몹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롤러코스터 탄 기분이랄까? 15분 동안의 진동을 겪으면서도 불안감보다는 즐거움이 앞선다. 기류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비행기가 선회를 하기 시작한다. 덕분에 창 밖의 경치는 우리가 날고 있는 지상의 풍경이었다.
러시아 상공에서 본 지상의 풍경

사진을 크게 두고 보면 군데군데 마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순간이었지만 좋은 화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 날씨도 맑은 편이어서 지상의 모습이 잘 나왔다. 비행기는 러시아 북부를 지나고 있다. 비행기 기체 밖의 온도는 영하 55도. 비행기의 두꺼운 2중 유리창에도 성에가 낀다.
영하 55도 상태에서의 비행기 창 밖

비행기 창 밖에 성에가 끼어있다.

얼마만큼 지났을까? 매번 늦게 자는 것이 버릇이라, 잠이 온다기 보다는, 계속 밝은 상태가 지속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기만 하다. 기내는 모든 전등이 꺼져있고, 군데군데 열린 비행기 창문으로 밝은 빛이 들어온다. 사람들은 '잘 시간'이 훨씬 지나있었다. 나만 빼고...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비행 과정. 갑자기 비행기의 동체가 흔들리면서 고도를 낮추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내 TV에 나오는 항공 정보에는 30초마다 100m 씩은 고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강상태에서의 비행기 밖 풍경

적운과 층운의 경계를 뚫고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서 구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 것 같다. 항상 하늘 아래에서만 올려다보던 구름이 이곳에선 '입체'로 보인다. 마치 구름으로 이뤄진 빌딩속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10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한다. 암스테르담은 복잡한 곳이라고 들어왔지만, 의외로 간편하고, 내리자마자 환승확인 창구에서 환승 시간과 게이트를 알아보기만 해도 충분히 비행기를 타는데 지장이 없었다. 10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2번이나 기내식을 먹고도 배가 고프다. 앉아만 있었는데도 왜 그리 배가 고픈지, 지나가면서 '일본식 라면'집이 있길래 들려서 라면이나 먹고 가려 했다가, 동행한 segfault 군이 언릉 환승 게이트로 가자고 조른다. 자기는 CD까지 구입하는 여유를 부렸으면서 말이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