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귀가가 늦지는 않았다.

그래도 소녀는 무척 늦었다는 듯이 두 볼이 개구리 마냥 퉁퉁 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분명 일주일이랬잖아!"

"미안. 하지만, 일주일 맞잖아. 어제까지 7일이고, 오늘이 8일째니까..."

"일주일 걸린다며! 왜 거짓말해! 왜!"

"미안해. 앞으로는 거짓말 안할께."

"그래. 오빠도 네게 거짓말한 것도 아닌데, 왜 거짓말이라고 말하니.

오빠는 피곤하니까 네가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소녀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짐짓 분이 안 풀린듯 씩씩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몸 건강히 잘 갔다온 것 같구나. 너는 역시 강한 아이였어. 들어오렴. 힘들었지?"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썰매덕분에 많은 짐을 실어 갈 수 있어서 편하게 지냈어요."

"저 아이, 무척 화내고 있는 것 같지만, 어젠 네가 하루종일 안오나 기다리다가,

밤에 잠도 안 자고 얼굴이 퉁퉁 부었단다. 어젯 밤엔 네가 혹시 죽은거 아니냐고 울기도 했단다?"

"내가 언제!!!!!"

저 멀리서 소녀가 힐끗 보다 성난 목소리로 한껏 소리를 질렀다.

소년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딱 7일 후. 늦은 오후시간이 되어서였다.

누이의 무덤을 다시 파 낼 용기도 없었고, 집을 다시 떠나려니 발길이 안 떨어지기도 했다.

할 수 없이 눈 덮혀 있는 지붕을 새로 얹고, 더럽혀진 집도 정리하고,

문도 단단하게 다시 달아놓다보니, 시간이 조금 늦었던 것이다.

집으로 들어가니 벌써 저녁식사 준비가 되었다.

"네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차려봤단다."

식탁엔 한참 보지 못했던 신선한 야채와 고기들로 가득했다.

산딸기 잼에 부드럽고 따뜻한 빵까지 있었다.

"와~ 진수성찬이에요. 너무 감사합니다."

"이 늙은이 먹을 것도 조금 주게나..."

왁자지껄한 소리에 노인이 내려왔나 보다.

"자리에 앉으세요. 감자 스프를 만들어 뒀습니다."

"고맙네. 늙은이가 너무 오랫동안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노인은 감자스프에 따뜻한 빵을 뜯어, 적셔 먹고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집으로 갔다오는 동안 별 탈 없이 잘 갔다왔습니까?"

"어르신, 말씀 낮추세요. 전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녀왔습니다. 다만..."

"다만?"

소년은 말 끝을 흐리며, 손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노인 앞에 갖다 두었다.

"누이의 목걸인, 누이가 잠들었을 이미 목에 매고 있어서... 잠이 든 누이를 다시

깨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서랍에서 누님의 책으로 보이는 것이 있어서 여기.."

노인은 늘어진 눈꺼풀에 힘을 주고 책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노인의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머나먼 옛적, 노인은 궁 안에서 모든 시무를 담당하던 관리였다고 했다. 국왕은 너그러웠고,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었으며, 주변 국가들이 넘보지 못할 만큼 강했고, 사회는 안정되어
굶주린 자들도 없고, 사람들이 서로를 보살펴 죄 짓고 사는 사람들이 없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젊은 국왕이었지만, 일이 바빠서 슬하에 자식이 없다가, 늦은 시기 아들을 얻어 모든 백성이

그 일을 기뻐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태어날 즈음,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군사력을

빌어 국가를 전복하려 한 무리들이 궁중을 덮쳐 왕과 왕비는 죽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이 빠져나와 자신들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북쪽으로 피난하였다고 했다.



소년은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질문하였다.

"그럼 이 곳에 있는 분들은 그 때 피난오셨던 분들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그 때 흩어졌다가 자리를 잡은 무리들이 모여 이곳에 정착하였지요."

"그럼 왜 어르신께서는 이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방랑하셨던 것입니까?"

"전 그 때, 제 자신은 궁에 남아 항복하였고, 제 여식을 통해 왕자님을 멀리 피난시키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나마 후사를 위해 왕자님이 도망가실 시간을 벌었지요. 제 여식은 왕자님을

데리고 피난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모습을 숨겼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갔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때에는 도망간 자들을 색출해내어 죽였던 일들도 많았으니까요.

저는 한동안 나라 안의 사람들을 다독이며,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왔습니다.

이것이 저의 주인이었던 분께는 죄스러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 분께서는 사람들이

악정으로 핍박받는 것을 좋아하시지는 않으셨겠죠. 저도 그 분의 맘을 알기에 사람들을

위해 여러가지 일들을 한다고 했습니다만... 최근에 남쪽 대륙의 군대가 우리의 땅을

짓밟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여식을 찾기 위해 한동안 나라를 샅샅이 뒤졌지만, 제 여식의

행방을 알 수 없다가, 최근에야 그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따님은 무사하신가요?"

"아닙니다. 여기 이 책의 주인이 제 딸일 것입니다."

순간, 소년은 그 얘기의 주인공이 자신의 누이임을 알고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뭔가 잘못 아신듯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천을 파는 상인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책의 첫 장을 넘겼다.

그 책엔 처녀의 몸으로 왕자를 데리고 다니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아 천 짓는 일과,

나무 장작을 모으는 일을 하며 생활을 유지하다가, 마을이 한 두개씩 사라지고, 군대에 의해

피습받는 일이 많아지자, 사람들을 떠나 머나 먼 북쪽 땅으로 왔던 이야기가 써 있었다.

이후론 소년의 성장과 함께, 여러가지 고민을 적어둔 것들을 보았다.

왕자로서 살아야 될 존재가 이렇듯 시골 구석에서 자신과 함께 아무런 지식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고뇌하면서도, 스스로 검을 잡고 노력하던 것에 대해 기쁜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까지...



소년은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누나가 진짜 누나가 아님에도 그토록 다정하게 대해주며

자신을 위해 헌신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으면서도 슬펐다.

왕자라는 존재로 태어난 자신이 아니었으면, 그러한 고생을 하지도 않았을텐데,

자신때문에 고생을 하고, 부모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누님의 마음을 알지 못한

자신의 한심함이 자기 자신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소년의 눈은 벌겋게 상기되었고, 이내 겉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말 없이 고개를 떨군 소년의 어깨를 노인의 손이 감싸며, 흐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왕자님께서 누이라 생각해주시면, 누이라 여겨주십시오. 제 딸도 기뻐할 것입니다.

또한 제 딸도 왕자님을 동생처럼 아끼며, 이렇듯 훌륭하게 키워주었으니 돌아가신

주인님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눈물을 거두십시오."

소년은 눈물을 훔치고 노인을 쳐다봤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저 때문에..."

"왕자님 탓이 아닙니다. 못난 저희들 탓입니다. 저희가 강성했고, 아버님을 지켜드릴 수

있었다면, 그러한 일은 없었을텐데..."

한동안 서로 소리없이 우는 두 사람을 보고, 사냥꾼의 아내는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떠다놓은 스프가 다 식었을 무렵. 아주머니는 두 사람에게 새 스프를 떠주며 말을 이었다.

"식기 전에 드세요. 떠나시기 전에 든든히 드셔야죠."

"네? 떠나다니요?"

"이 늙은이는 왕자님을 찾기 위해 수년간 늙은 몸을 이끌고 변두리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야 뵐 수 있을줄은 몰랐던게죠. 다행히 장군께서 왕자님을 알아보고

이곳에 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저와 함께 적의 무리가 같이 오는 바람에

방어기지엔 식량과 무기가 더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왕자님의 늠름한 소식을 듣고는 전장에서도 왕자님의 힘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충분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소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것도 큰 부담이 되었지만, 갑자기 전장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부담스러웠다.

"오늘은 피곤할테니 주무시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시죠."

소년은 노인과 아주머니의 모습을 번갈아 보며, 자신의 불안한 맘을 감추진 못했나보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누이... 자신의 동생도 아니면서 자신을 동생처럼 아껴주고, 자신을 보호해줬던 사람.

자신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보호해 줄 수 있었을까?

아련한 기억 속에서 누이의 모습을 다시 그려보려 했지만, 누이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나지

않았다. 눈을 감고 보아도 선명하지 않은 기억때문인지, 소년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눈을 찡그리며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때, 자신의 이불을 들추고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오빠, 우는거야?"

"아... 아냐... 네 방에서 자지 왜 또 왔어?"

"미안해, 오빠. 아까 내가 화내서 그러는거지? 미안해. 잘못했어. 울지마..."

"아니래두... 울지 않았다니까. 자꾸 왜 그래..."

눈을 비비며 지그시 소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누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미안.. 난 내 생각만 했나봐. 나, 안 울께."

"그럼 나 오빠랑 같이 자도 돼?"

"응? 왜?"

"오빠, 나중에 가니까..."

말 끝을 흐리는 소녀에게 소년은 자신을 동생처럼 생각해 준 누이처럼,

자신도 또한 소녀에게 오빠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누나가 자신을 보살펴 준 시간에 비하면 짧은 한 순간.

소녀에게 별다른 추억도 주지 못한채 떠나야 하는 자신은 터럭만큼도

누이에게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순간이라도 이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해 줄 수 있다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소년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래, 같이 자자."

고 말했다. 소녀는 소년의 몸에 찰싹 안겨서는 꼼짝도 않고 잠이 들었다.

소년을 기다리느라 지친 소녀는 소년의 품에 안겨 안도하게 되었나보다.

소년은 그 날 밤. 누이에 대한 기억과 이 마을에서 지냈던 추억을 되새기며

짧은 밤. 한 때의 시간을 눈을 감으며 상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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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용한 침묵이 이어지고, 조금은 녹슬었지만, 날카로운 바람.

잘 다듬은 가죽 겉옷은 날카로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도 소년의 살을 벨 수 없었다.

조용한 정적. 청정한 바람의 냄세. 모든 것이 이전과 같았다.

아니, 적어도 소년의 손에 남은 흉터는 이전의 경험이 남아있었다.

썰매 덕분에 장작을 실어와서 안전한 길에서 불을 떼고 잠들 수 있었다.

짐승들도 사람들의 냄세가 베어있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굶주린 짐승들이 멀리서 육포의 냄세를 맡고 모습을 내비췄지만,

사냥꾼의 활로 위협을 주고는 길 멀리에 육포 한, 두 점을 던져놓고 갔다.

소년에게 더 이상 짐승은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밤이 되면 장작으로 불을 밝히고, 나무를 등지고 앉아 가죽 담요에 몸을 누벼 넣었다.

장작이 다 탈 때 즈음이면, 북쪽 대륙의 이른 햇살이 소년의 눈을 뒤덮었다.

그의 몸은 기름지게 살이 올랐고, 추위와 피로는 그에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3~4일이 지나지 않아, 그는 쉽게 이전에 누이를 눕혔던 무덤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의 냄세가 나지 않는 그 곳.

누이의 숨결도 얼어붙어 더 이상 그곳은 따뜻하지 않았다.

잠시동안 이전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집으로 가보았다.

이미 많은 짐승들의 방문이 있었던 듯 하다.

집의 문을 열어보니,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무너진 지붕 한 모퉁이로 새들이 숨어와

둥지를 틀어놓고 있었다. 갑작스런 손님의 방문에 새들은 부산을 떨면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바로 그 때, 소년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순간 몸을 비틀어 사나운 발톱을 피했다.

마침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 곰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신의 잠을 방해한 소년이 무척 탐탁치 않았나보다.

소년은 자신의 몸집에 배는 큰 곰이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집이 부서지면 자신이 찾을 물건도 파묻힐 수 있을테니까...

곰은 성난 몸짓으로 집 문을 밀치고는 뛰어나왔다.

순간 소년의 손 끝에 화살이 들리고, 활 시위를 당겼다 놓는다.

곰의 단단한 머리에 화살은 한 번에 꽂혔고, 곰은 몸부림치다가 끝내 쓰러진다.

집은 부서져 있었고, 한 켠에 누이의 물건을 넣어둔 서랍장이 있었다.

다행히 누군가 손댄 흔적은 없었다.

조급해진 맘에 소년은 서랍을 열고 이것저것 뒤져보기 시작했다.

목걸이... 목걸이... 목걸이...

목걸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만... 누이를 누여주었을 때... 목걸이는 누이의 목에 걸려있었다.

잠시 숨이 멈추고... 긴 한 숨을 내쉰다.

돌아가야겠다. 헛걸음을 한 것 같다. 내심 한 숨을 몰아쉬며 시간만 허비한 자신에게

왠지 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서랍장을 닫으려 할 때... 서랍장에 넣어둔 책이 눈에 띈다.

책이라면 벽에 붙여 놓은 선반에 놓았는데...

일부러 숨겨둔 듯한 느낌의 책을 손에 집고는 열어보지도 않고, 썰매로 간다.

아까처럼 또 짐승의 방문이 있을까봐, 소년은 도끼를 찾아들고 와서

새들의 둥지를 밖의 나무 위에 올려두고,

집의 지붕을 베어온 나무로 막아두었다. 아까 부서진 문도 새로 나무로 만들어 붙였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은 아니니 한철 임시적인 방편으로 두었다.

아마, 다시 돌아오게 되리라 생각되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긴 절기에 소년은 이른 새벽 이곳을 찾아와서,

어둑해질 때 까지, 집을 수리해두었다. 잠시동안 마을에서 배웠던 기술들이

이리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집에 썰매를 끌어놓고, 한동안 지피지 않았던 난로 굴뚝의 눈을 밀어 낸 후,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잠자리를 만들어 두었다.

추운 겨울마다 누이와 함께 지냈던 자리는 오랫동안 먼지와 무너져내린 지붕잔해로

잠들 수 없었다. 가져온 가죽 담요에 몸을 누이고, 한동안 장작불을 보다가 잠이 든다.

소년에게도 집에 온 하루는 무척이나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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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5 17:10 2007/09/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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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활약과 키다리 아저씨(?)의 활약으로 마을은 다시 평안함을 되찾았다. 소년이 처음 마을에 나타났을 때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소년의 활약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그는 새로 나타난 영웅이었다. 불태워져 없어졌던 담과 벽들을 세우고, 눈사태로 덮힌 논밭들을 다시 개간하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소년은 처음으로 그들과 같은 동지애를 느끼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힘든일에 아랑곳 않고 마을을 착실히 회복해 나갔다.

몇 일 지나서였을까, 소년도 마을 정비에 같이 참여하여 눈에 덮힌 집을 수리하러 갔다가, 방어기지로부터 손님이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을 광장으로 나가보았다. 길 가는 동안 사람들의 눈에는 무언가 기대가 찬 모습이 느껴졌다.

마을 중앙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달구지를 타고 온 연로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달구지에서 내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노인을 존경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아이가 그 소년인가?"
멀리 서 있던 노인이 처음으로 한 얘기에 사람들은 소년을 알아보고 길을 터주었다. 소년은 얼떨결에 노인의 앞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
"늠름한 소년이군요. 자... 추우니 잠시 사냥꾼의 집에 가서 얘기해볼까요?"
그와 함께 사냥꾼의 집으로 돌아갔더니,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놀란 기색을 보이신 것 같았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어르신. 어서 들어오세요."
아주머니의 뒷 쪽에서 삐쭉거리며 서 있는 소녀를 보고 노인은 반가운 목소리로 얘기를 꺼냈다.
"아, 수줍은 소녀가 되었구나."
소녀는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하다가, 눈짓으로 아는채를 하며 고개를 숙이곤 부엌으로 들어갔다. 소년은 이 노인이 사냥꾼과도 아는 사이임을 알아채고는 그의 행동거지가 남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 마을에서의 적을 훌륭히 막았다고 들었다오. 이 늙은이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얘기해줄 수 있겠오?"
사냥꾼의 딸과 부인에게도 이 노인은 경어로 상대방을 대하지 않았다. 왜 자신에게만 경어로 대하는지 궁금해 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장난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라 여겨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가 한참 지나고, 죽은 누이의 무덤을 두고 돌아왔다는 얘기를 끝마친 후 소년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잠시 서글픈 눈을 하고는,
"그랬군요... 그랬었군요... 참 장하십니다... 장하세요."
라고 말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누이의 유품을 갖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소년은 자신의 검 외에는 가지고 온 것이 없다고 말하며, 검을 보여주었다.
"아주 좋은 검입니다. 꼭 잊지 마십시오. 이 검의 이름은 푸른 이빨이랍니다."
노인은 이 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소년은 노인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났다.
"이 검을 아시는겁니까? 이 검은 제 아버지께서 주신 검이라고 누이가 말했습니다. 이 검에 대해 아신다면 제 아버지에 대해서도 아시는 것입니까?"
"먼 길을 와서 조금 지치는군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을텐데, 저희 방을 치워두었습니다. 들어와서 몸을 누이세요."
"고마워요. 항상 신세를 지는군요."

소년은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그가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소녀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물어봤다.
"너, 저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게 있어?"
"나 어렸을 때 봤던 할아버지야. 가끔 마을에 오셔."
"지금도 어린데 얼마나 어렸을 때?"
"몰라! 내가 왜 어리다는거야?"
아깐 할아버지 앞에서 수줍어하더니 자기 앞에선 화를 버럭 내는 모양새에 소년은 흠칫 놀란다.
'정말 무서운 할아버지였나보다. 자기도 감당 안되는 소녀를 부끄럽게 만들 정도라면...'
자기 나이를 셈해보아도 훨씬 어린 사냥꾼의 딸이 더 어렸을 때이니, 아마도 그리 오래전은 아닌가보다. 한 1, 2년 전에 왔었겠지? 그가 매해 한 번 마을에 온다는 것은 그의 일이 범상치 않은 일인 것임에 틀림 없었다.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다시 눈 덮힌 마을의 집을 수리하러 나갔을 때,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다.
"어르신이 오셨다며? 어디계셔?"
"어르신은 주무시러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왜 어르신이에요?"
"아~ 몰라. 너한테 얘기한다는 것을 깜빡했구나. 저 분은 이 나라 전체를 돌아다니시면서 사람들을 만나보시는 분이셔. 이 나라의 국왕도 저 분을 함부로 하진 못하지. 사람들은 저 노인이 나타나면 해로운 식충의 문제나 전염병에 대해 물어보고, 도움을 받기 일쑤라 저 분을 현자라고 불러. 그 분은 이 나라에서 모르는게 없는 분이시거든. 아무튼 너 어르신이랑 만나봤냐?"
"네. 아까까지 있다가..."
"뭐라고 하셨어?"
"음... 칼을 지니고 다니라고..."
"에? 그것 뿐이었어?"
"네."
"하긴... 뭐, 네 칼 정말 좋더라. 나도 그런 칼 갖고 싶어."
"그 칼은 제 거에요. 탐내지 마세요."
"알아알아. 잘 간수해. 어르신이 간수 잘 하라고 하신것 보면 분명 범상치 않은 물건일거야."
현자... 그런 사람이라면 자신의 검에 대한 얘기를 알만하다 생각하며, 하던 일을 계속 하러 마을로 돌아갔다.

다음날이 되어 사냥꾼의 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있는 동안 어르신이라 불리는 노인이 같은 식탁에 앉았다.
"이곳이 맘에 듭니까?"
대뜸 소년에게 아침부터 물어본 말에 소년은 스스럼없이 대답했다.
"네. 아주 좋아요. 하지만 제게 너무 어렵게 대해주지 마세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인데 어째서 제게 경어를 쓰시나요?"
"그건 차차 알게 됩니다. 어제 말했던 오두막 말인데, 한 번 다녀와주지 않겠습니까?"
"네? 예전에 살던 집으로요?"
"네. 누이와 살던 집으로 가시면 분명 누이가 하고 있던 목걸이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아와 주십시오."
"하지만, 그곳에서 온지 적어도 5달은 되었는데요."
"괜찮습니다. 가서 목걸이만 찾아와주시면 됩니다."
"갔다오는 데에 족히 1주일은 걸릴텐데, 그 때 까지 계시는건가요?"
"네. 물론이죠. 이곳에 계속 있을테니, 갔다오십시오."
소년은 의아함을 풀지 못하고 그저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내일 갔다올께요."
"아니, 지금 바로 갔다오십시오."
"..."
"네? 그렇게 빨리요?"
소년보다 먼저 놀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것은 사냥꾼의 딸이었다.
"할아버지, 왜 오빠를 다시 보내는 거에요?"
"미안하다. 꼭 확인하고 싶은게 있구나."
"그래도 거기엔 짐승도 많고, 오빠가 왔을 땐 많이 아파했던 곳인데, 갔다오면 또 아프잖아요."
"괜찮아. 이번엔 제대로 옷도 갖고 있고, 사냥꾼 아저씨 활도 있으니까, 갔다오는데 힘들지 않을거야."
"그래도... 그래도..."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소녀에게 소년은 머리를 다독거리면서 괜찮다는 말을 멈추지 못했다.
"알았어. 대신 빨리 갔다와."
"응, 그래. 빨리 갔다 올께."
소년에게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노인이 대뜸 소년을 쳐다보다가, 다른 말을 한마디 꺼냈다.
"사냥꾼의 썰매가 있을테니, 그것을 끌고 갔다 오십시오."
그리고는 소년을 데리고 집의 뜰 옆에 있는 창고에 가서 소년에게 무언가를 가리켜 보였다. 커다란 나무를 깎아 매끄럽게 만들어 붙인 썰매가 먼지를 쓰고 있었다.
'현자에겐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물건도 다 알고 있나보다.'
소년은 아주머니께서 싸주신 육포와 장작, 도끼, 가죽옷을 받아들고 썰매에 묶어 빨리 길을 재촉했다. 검과 활, 화살을 챙기고 한 손으론 썰매를 끌며 출발했다.
"빨리 갔다와야 해~"
동네 밖으로 나갈 때 소녀가 흔드는 손을 보고 같이 손을 흔들며 소년은 다시 예전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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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5 16:31 2007/09/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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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군요. 일은 손에 안 잡히고... 계획했던 것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요즘...
이번주는 거의 일을 못한것 같아요. 지난주에 너무 무리했던건가?

괜히 애꿎은 날씨탓을 할까봐요. 날도 왜 이리 꾸리꾸리한지...
무언가 분위기를 바꿀만한 것이 필요해요.

차분히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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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5 15:43 2007/09/0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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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둑어둑한 하늘, 붉게 물든 저녁노을처럼 저 멀리 태양이 솟아오를 때,

하늘은 약간 탁한 하늘색으로 덮히고, 그 아래 어두운 보라색과 옅은 다홍색으로 물드는

구름이 퍼져나가는 모습...

최근까지 비가 한창 쏟아져서 보지 못했던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지금 보고 있습니다.

아아... 사진기가 지금 없는게 아쉽군요.

잠시나마 하늘을 보면서 세상사를 잊어봅니다. 전 현실도피형 인간인가봐요.

잠시나마 짧은 시간동안 황홀한 광경을 보고 있자면,

창조주의 섭리가 오묘함을 느끼게 됩니다.

감동 받게 된달까요?


잠시나마 현실도피하면서 더 감상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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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2 05:36 2007/08/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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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여행기 정리하기가 이렇게 귀찮을 줄이야...

책상가득, 버스티켓, 비행기 티켓 조가리와 안내책자들, 기념품들... 우표들, 선물들... 아우... 혼란스럽네요. 한참 후에나 여행기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사진도 왕창왕창 찍어갖고 와서... 사진 편집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네요. ^^

이번엔 재밌게 이야기를 엮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여행한 내용보다 재미 없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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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6 19:57 2007/07/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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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ux World Expo 2007 후기

생각하기 2007/06/24 14:27 바부...
오랫만에 맡은 행사라 기존의 감을 잊어버렸을까 긴장한 가운데 치른 Linux World Expo Korea 행사. 행사를 준비하면서 걱정하던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행사장이 너무 텅 비어보였던 것. 전시물의 한계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큰 실수였다. 사람들의 감상도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전시 부스가 너무 비어보였다는 것. 아아... 돈 없는 자의 슬픔이란...

첫 날. 비즈니스 관람일로 일반인들의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 걸... 경품 수집 할아버지들은 그런것을 가리지 않으셨다. 행사 시작에 맞춰 공수되어 온 Gnome 팜플릿과 라이브CD를 진열하자마자 CD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첫날에 3분의 1이 줄어든 것. 팜플릿은 줄어들지 않고 CD만 줄어들었다. 경품외에는 수집 대상이 아닌가보다. 처음 자원봉사로 참가하신 최미진씨나 홍원범씨는 경품수집 할아버지들의 존재가 놀라웠던듯. 나도 처음 행사할 때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주변 부스에서 모두들 구경하러 와주셨었고, 몇몇 분들은 리눅스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시면서 접근하셔서 무척 부담스러웠다. -_-;;; 다른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지만, 아무래도 부스 내부가 텅텅 비어있는데다가, 공간만 많을 뿐 모두 그냥 서있거나 바닥에 주저앉아야 했기에 일부러 책상과 의자 세트를 임대하였다. 나중에 권순선님이 스티커와 티셔츠를 가지고 와주셔서 KLDP 부스의 썰렁함은 조금 덜해졌다. 첫 날의 전시회. 지난해보다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아서 안도하였다. 리셉션 행사에 참가하여 모두들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segfault군과 동네로 가서 드럼매니아를 하고는 찜질방으로 보냈다.


둘쨋날. 점점 한글과 컴퓨터 부스의 '이벤트 걸'이 내는 멘트가 신경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여왕님과 같이 행세했다. 여왕님은 경품에 눈이 먼 '천한것들'에게 '아시아눅스'라고 외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 시간 동안 앉아있도록 명령하고 그것을 잘 지킨자들에게 상을 내렸다. 상이라고는... 샤프 볼펜 세트... 초라한 여왕이었다. 부스 중에서 제일 시끄러웠고, 제일 기분나빴다. 이벤트에서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에겐 차가운 '냉대'와 '무시', '모멸적인 언사'를 유감없이 발휘하셨다. 정말 여왕님은 SM을 좋아하시나보다. -_-;;; 오후에 xenonix님이 오셔서 조금이나마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닌텐도DS는 정말 뽐뿌질 대상 1호 아이템... 그래도 난 견뎌냈다. 두고보자... NDS... 행사장은 의외로 한가했다. 목요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고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랬던가? 방문자의 수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라이브CD는 거의 동나고 있었다.


세쨋날. 최미진씨는 2일동안의 자원봉사를 맡으셨기 때문에, 홍원범씨와 나, segfault 군이 부스를 지키게 되었다. 금요일이란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도 좀 뜸했던 듯 하다. 오전에 전시물인 Konky를 막무가내로 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무척 피곤했다. 항공사의 티켓 예매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그것을 처리하느라 바뻤다. 이런이런... 전시회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조용한 하루를 지낸 편. 나빌레라님이 오셔서 부스를 같이 지켜주셨기에 건너편 대학연합 분들과 같이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부스로는 우리 부스가 제일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여왕님의 경품행사 때보단 사람들이 적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나눠줄 것이 없어서 일부러 벽쪽에 전시대를 몰아두고 앉아있었다. 토끼군이 놀러와서 자리해주었기 때문에 조금은 부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쨋날. 토요일 오전의 일로 사람들에게 부스를 맡기고 오후에 왔지만, 많은분들이 와주셔서 부스를 지켜주고 계셨다. 일반인들의 무료참관덕분에 사람은 인산인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셔츠와 스티커가 보충되면서 사람들이 KLDP 부스에 많이 접근했다. 스티커는 젊은 여성들에게 대인기. KLDP 식구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많이 부각하여 스티커는 금새 (무료로) 팔려갔다. 토요일에 인쇄해오신 KLDP 안내 인쇄물도 모두 나눠주고 OpenDesktop + Gnome 팜플릿을 스티커와 같이 나누어 주었다. Gnome LiveCD 데스크탑에 '베릴'을 설치하신 가나옹 덕분에 Gnome 부스는 매번 호기심에 가득찬 사람들로 인산인해. 출렁이는 창을 보면서 사람들도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그런게 뭐가 중요한 것인지...) 덕분에 부스는 왁자지껄... KDE 부스 쪽에선 홍원범씨와 Miller씨가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는지...)


그럭저럭 부산스런 전시회가 끝나갈 무렵. 짐을 꾸리고 각자 갈 길로 갔다. 동생의 친구 중 같은 동네에 사는 한 명이 전시가 끝날 때 즈음 전시장에 와서 돌아갈 때 그 친구와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이번 전시회... 그저그렇게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새롭게 만난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좋은 행사였다. 관람객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 (우리들만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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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4 14:27 2007/06/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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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세를 이유로 서버를 옮기면서 다른 사용자들의 계정을 옮겨놓고, 제일 용량이 컸던 내 계정과 논리에러님의 계정을 잘라먹어버렸다. 하드디스크 레이드를 다른 레벨로 덮어 써버리고선,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홈페이지 계정 뿐일까... 여태까지 모아왔던 자료들, 프로그램들, 이미지들... 전부 날려먹었다. 몇몇 작업 내용은 메일에 저장된 상태로 있지만, 대부분의 작업들은 서버에 저장해두었는데... 한동안 살 맛이 나지 않았다.

저전력 서버로 바꾸고 나서부터 전기세의 압박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귀차니즘은 엄청나게 늘어버려서 중요한 일도 뒤로 미뤄버릴 정도였다.

그나마 지금 구동하고 있는 서버도 몇 번의 위기가 있었고, 위기 때마다 긴장했지만, 그래도 나아진 것이 없다. 얼마나 게으른가...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내 블로그를 닫아놓고, 정작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들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다른 곳에도 내 계정으로 된 블로그와 홈페이지, 계정들이 즐비한데도, 왜 내 서버가 아니면 안되었는지...

그래도 다시 이렇게 블로그를 열게 되어서 기쁘다.

한동안 못 썼던 내용들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다가 내 머리가 터질까봐, 조심조심 한가지씩 뽑아볼까 한다. 예전에 블로그를 쓰지 못하면서 생각했던 아이디어들, 계획들... 모두 조심히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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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7 04:14 2007/06/0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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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러웠던 업화의 불길은 다행히 수그러들었고, 어둡고 깊숙한 곳에 움크려있던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밖으로 나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이 정리를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괴롭힘을 당해왔었나 보다. 소년은 태연한 그들의 모습에 약간은 알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상처를 입었던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엔 다행스럽게도 화색이 돌았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슬퍼하거나 아픈 기색도 없이 소년이 나타나면 웃기만 한다. 희미해져간 기억 속에서 소년의 숨결을 느꼈을 때부터 이전과는 다른 미소를 띄며 소년을 바라보기만 했다. 소년은 의아하기만 했다. 예전같으면 재잘거리며 웃었을 아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수줍게 미소만 띄고 있으니, 다친 기억 때문에 힘들면서도 참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곤, 측은한 눈길로 여자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발톱에 긁힌 자국이 선홍빛 선으로 남아있지만,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팔다리가 찢기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짐승에게 물려서 뼈 한두마디는 부러졌으리라 생각했었지만, 여자아이의 얇은 팔이 짐승의 이빨 사이에 들어갈 정도로 여려서 다행이었다.

소년은 여자아이의 어머니에게 미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말없이 울상을 짓고 있는 소년에게 여자아이의 어머니는 조용히 다가와 소년을 품에 안았다.

"고맙다. 내 딸을 지켜줘서."

그 한마디에 소년과 어머니는 서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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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8 10:26 2007/03/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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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세지고 있는 친구의 아버지께서 급하게 사람을 구하고 있다기에,
임시로 일을 해드리려고 다니고 있는데, 이 아버지께서 나이가 많으신 분이십니다.

벌써 늙어버리셨는지, 고집이 강하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떼쓰시고,
자신이 하라고 하셨던 일도 잊어버리시고 계셔서 무척 힘듭니다.

글꼴 문제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선 얇게 보이시는 것을 아무리 설명해드려도,
설명하지 말고 바꾸라고만 하시니...

거기에 자신이 하셨던 말씀을 번복하시면서도,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셔서 무척 피곤합니다.

이래서 아는 사람과는 일하지 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한 일이라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친구에게 어떤 호령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지난주 토요일엔 제 시간까지 할애해가며 하루종일을 그 일에 매달려야만 했고,
제가 지켜야 할 약속도 못 지키기까지 했습니다.

매일을 제가 관여해야 하는 막중한 일을, 임시로 하루 5시간 일한셈치고 하고 있으려니
정말 괴롭습니다. 상은 없고 벌만 받는 일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권한은 없고, 의무와 책임만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더 싫습니다.

일 할 사람은 들어오지 않고 있고, 절 아주 계속 앉히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전 논문 준비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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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5 19:27 2007/03/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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