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2.* 버전에서 제 블로그는 비어 있는 것으로 보여서,
종종 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3.0 버전을 윈도우즈에서 쓰면서 많이 개선된 기능과 성능에 놀라고 있습니다.
정말 놀랍군요.

KDE 프로젝트의 브라우저와 파일관리자, 여러가지 유틸리티들이 윈도우즈용으로도 릴리즈 되고 있어서, 나중에 무척 기대됩니다. 컹커러와 돌핀,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KNotes... KDE PIMS 프로젝트가 윈도우즈로 모두 들어온다면... 덜덜덜...

윈도우즈를 사용하더라도, 자유소프트웨어를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 할 수 있습니다.
TAG 일상
요즘 머리를 여러가지로 굴리면서 제 뇌 용량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두통이 심해지고, 뇌가 받는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알게되면서,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의 용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식관리라는 측면에서 컴퓨터는 뇌의 용량을 확대해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일정관리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전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통신 기능으로서 사용하는 것도 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잘못 활용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이러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현재 목표입니다.

지식관리, 일정관리, 통신기능(지식의 소통)... 자산관리도 있군요.
회원관리, 회계관리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가 국내에 보급된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컴퓨터 덕분에 산업이 발전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은 컴퓨터의 사용을 어려워하며,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도 적습니다.
회계를 하려면 엑셀을 배워야 한다고 하고,
엑셀로 열심히 회계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면,
국내에 여러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재생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소스코드가 공개되지 않아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갖추어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개발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다 찾지 못할 정도로 많아도,
컴퓨터를 사용하는데에 적당한 소프트웨어를 찾을 수 없는 것도 이상한 현상입니다.
그놈의 '돈'이 문제겠지요?

자신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아니면 개발하지 않을 것이고,
개발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생각은 없을 것입니다.
다른사람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면 돈을 받기 전까진 만들지 않을 것이고,
만든 다음에도 공개하지는 않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암울합니다.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연합회에서 해야 할 일이 사람들에게 비난받거나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생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공개하여도,
노력하지 않는 이상, 그 소프트웨어가 쉽게 전파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까지 모두 갖추기 전까진
소프트웨어를 쉽게 사용하거나 개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서도 자유소프트웨어를 분석하고 사용할 줄 모른다면, 쓸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분석하는 노력도 '기업'단위의 이익이 없다면 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연합회의 활동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좋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쉽게 공급할 수 있고,
기업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개인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위상과 노력에 대한 댓가를 높게 평가받길 바랍니다.
국내에서는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수요에 맞춰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상의 공간을 창조해내는 물체...

제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물체를 이해하면,

비록 가상이라 할지라도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컴퓨터를 학습한다는 것은, 프로그래밍을 연마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이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용사가 검을 연마하고, 마주치는 괴물들을 무릎꿇려서

마침내에는 '왕'이 되거나, 공주를 얻게 되는 뻔한 스토리...

컴퓨터를 연마하면... 그러한 환타지가 이루어진다.

아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이 환타지의 세계가 현실화되어 있다.

컴퓨터는 결코 무협소설이나 환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무공'이나 '마법'이 아니다.

'현실'이다.


난 이 환타지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것인가...?

지금부터 퀘스트를 진행해본다.
TAG

찻잎이 섰다!

생각하기 2008/04/13 20:35
찻잎이 서 있으면 운이 좋다는 속설이 '일본 만화'에서 종종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얘기이긴 하지만, 찻잎이 선다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했어도, 정말 서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약간 흥분된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찻잎이 서서 운이 좋았던 탓일까? 차가 무척 맛있게 우러났다. (이런데에 운을 썼다고 생각하니, 약간 아쉬운 맘도 들었다.)
찻잔 안에 흘러들어간 찻잎

찻잎이 섰다. 정확히는 찻잎이 아니라 찻잎 줄기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좋은 하루였다.
TAG

시작...

생각하기 2008/04/10 05:27
언제나 시작해야겠다는 맘은 먹고 있었지만... 정말 이 때...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듭니다. socmaster 확장...
TAG

회의나 모임에 가면 '돈이 되는 생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잘 생각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긴 있나보다.

물론 경영이나 아이디어로 경비를 줄이거나, 불필요한 일을 줄이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나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생각만 한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거기에 수반하는 행동과 노력도 동시에 필요한 법이라 생각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떼돈을 번다는 얘기를 볼 때 마다, 사람들은 단편적인 생각만으로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이 따를 것이라 착각한다. 진정한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종합적인 지식, 즉 경험이나, 간접체험이나 책이나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이 모두 융합해야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런 아이디어는 소프트웨어의 한 요소일 뿐이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사람의 행동, 하드웨어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작고 간단한 일을 할 때, 소프트웨어 요소없이 하드웨어 요소만을 투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할 때가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작은 일, 간단한 일 하나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변의 작고 간단한 일부터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그에 따른 모델과 철학적 사고를 하는 것에서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관찰하는 대상에 대한 순수한 접근과 편견없는 관심이 올바른 지식을 얻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잠시동안 난 나를 사랑하기 위해 잊어버리려 합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해주는 사람과
내가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잊어버리려 함은
그 사람들의 사랑에 응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를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을 잊어버리려 함은
그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함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잊어버리려 함은
그들을 사랑하기에 나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해줘야 하는 사람을 잊어야 함은
아직 그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까닭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도, 가치있는 일도 사랑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이들을 잊으려 합니다.
TAG
PC 에서 쓰던 RAID 가 자꾸 깨지기도 하고, 주로 일하게 되는 작업용 컴퓨터를 약간은 불안정하고, 뭔가 하나 빠진듯한 KDE 4.0 으로 쓰고 있으려니 힘들기도 해서, 새로 설치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긴 컴파일 시간을 생각해보니, 좀 귀찮기도 하고, 언제 다 하나 싶어서 어떻게든 빠른 시간안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골몰히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가 IRC #gentoo 채널에서 CLEAN_DELAY와 EMERGE_WARNING_DELAY의 값 얘기가 나와서 시간을 줄여보고자 /etc/make.globals 를 수정하고, 컴파일에 HDD I/O 를 별로 안 쓴다고 해도 늦으리라 생각해서 /var/tmp 와 /tmp 를 tmpfs 로 마운트 해보고자 시도해봤습니다.

1. /etc/make.globals
일단 /etc/make.globals 안에 있는 CLEAN_DELAY 의 값과 EMERGE_WARNING_DELAY 의 값을 각각 0 과 1 로 바꾸었습니다. 5초와 10초로 각각 설정되어 있는 값을 0 과 1 로 바꾸었을 때, 패키지 1개당 5초 정도 생기는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바둥옹의 얘기가 없었다면 해볼 생각을 안했을지도...)

2. tmpfs
메모리 파일시스템을 쓸까 하다가, 꼼수로 생각해낸 것이 tmpfs 입니다. /etc/fstab 에 다음 두 줄을 넣습니다.
tmpfs /tmp tmpfs size=128M 0 0
tmpfs /var/tmp tmpfs size=10G 0 0

이 두 줄로 /tmp 와 /var/tmp 는 tmpfs 를 사용하게 됩니다. 물론 제 PC 의 메모리가 8 GB 이기 때문에 10 GB 로 /var/tmp 를 할당해두어도 스왑까지 합하면 딱 10 GB 가 됩니다. emerge 명령으로 /var/tmp 에 소스를 푸는 시간과 컴파일 시 생성되는 파일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보완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컴파일 중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100개 가량의 컴파일을 하는데에 1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보아서 이전에 비해 1시간 정도 단축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glibc 와 gcc 가 얼마나 빨리 컴파일 되는가가 관건이겠네요.

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많은 사람들과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상처받을 때도 있고, 상처 줄 때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서 있는 이 곳을 벗어나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모두들 자신의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왔던 것 같다. 만남이 어렵게 되면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이제는 내 자리에 서 있다. 상처입은 맘을 추스리기 위해 내 자리에 돌아와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곳에 서 있는 날 찾으러 오는 사람이 있던가...?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서로의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난 잠시 쉬고 있다가, 다시 일어날 힘을 얻으면 이 길을 더 떠날 것이다. 이곳은 나의 쉼터이긴 하지만, 나의 둥지는 아니기에...

TAG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숲. 그 숲은 나무가 복잡하게 자리잡고 자라고 있었고, 나무마다 너비와 지름이 큰데다 높게 자라서 쉽사리 길을 낼 수 없는 숲이다. 숲은 넓게 펼쳐져 있고, 남서쪽으로 지나갈수록 점점 가파른 경사면이 이어진다. 높은 나무가 경사면을 따라 빽빽히 늘어서있고, 그 너머로는 깍아지른 경사면이 이어진다. 나무도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지만, 반대편의 나무 뿌리들이 깊게 흙들을 붙잡아주고 있어서인지, 뾰족한 산은 낮아지거나 허물어지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다랗게 늘어선 산 때문인지 마을로 들어가려면 뱃길이 아니면 들어가기가 무척 힘들다. 단 한군데, 산맥이 끊어지고, 좁은 통로가 하나 있는데, 이 길에 마을 사람들은 성문을 두고, 흙으로 틈을 메운 다음, 남쪽에는 구운 벽돌과 돌들을 쌓아놓았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방벽이었다.

이 문은 마을로 들어가는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문이 있는 곳도 간신히 수레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폭이기 때문에 성문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공격하려 하여도, 공격범위가 좁아서 공격할 수 없다. 오히려 많은 군사들을 세워두었다가는 문 위의 궁병에게 죽기 쉽상이었다. 돌이나 기름으로 문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경사가 있는 곳이라 공성병기를 옮기다가 까딱 잘못하면 깔리기 쉽상이었다. 마을의 병사는 200명 남짓한 숫자이지만, 수만의 군사들도 이곳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을 침범하려는 무리가 문이 아닌 곳을 넘어가려고 무수한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산을 넘으면 항상 눈이 쌓여있고, 가파지른 언덕에 나무가 빼곡히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시야가 가려서 숲을 빠져 나오려고 헤마다가 얼어죽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기 마련이었다. 마을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산을 넘기 위해 갑옷이나 제대로 된 무기조차 들고 올 수 없게 된다. 오랫동안 그런 상황이라 마을에서도 성문 앞에 온 군사들에게만 신경썼을 뿐, 만약 소년이 없었다면 성문을 수비하던 사람들은 무척이나 허탈해 했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소년은 굽이굽이 구부러진 숲 속의 길을 통해 숲을 가다 쉬다를 멈춰서 이틀만에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의 캠프에 도착했다. 성문은 항상 50~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으며, 계절이 변할 때마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과 교대로 지키게 되어 있었다. 성문이 공격받고 있을 때에는 200명 내외의 마을 총 인원이 이곳 캠프에 모여서 하루에 2번 교대로 성문을 지키고 있게 된다.

마을에서 봤던 사람들이 소년을 알아보고는 사냥꾼에게 사람을 보냈다. 나이 든 현자를 모시고 온 소년을 사람들은 별로 신기하게 보지 않는 듯한 눈치다. 그들은 소년의 무용담을 듣기 전이라 소년이 성문으로 온 것이 왜 온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나이많은 어르신을 부축하기 위해 왔을것이라 생각하나보다.

사냥꾼은 성문위에서 적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분명 그들은 너무나 느긋했다. 성에서 공격하기 위해 나가는 일은 없는 것을 알고 화살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진을 치고는 병사들을 쉬게 하고 있었다. 적극적인 공격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행동임에 틀림없었다. 집단으로 산을 넘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냥꾼의 짐작은 맞아 떨어졌다. 별동대가 마을을 급습했었고, 소년과 꺽다리가 그 공격을 막았다는 어르신의 얘기에 사냥꾼은 안도와 함께 소년에 대한 대견함마저 느끼게 되었다.

덧붙여 어르신은 소년의 정체를 사냥꾼에게 조용히 알려주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소년의 신분이 왕족인 것을 안 이상 사냥꾼은 무척 곤란하게 되었다. 그를 돕고 같이 지냈던 시간을 생각하면 사냥꾼은 소년이 그저 자신의 아이와 같은 생각이 들기만 한다. 늠름하고 듬직한 아들. 그가 아직 아들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에 소년은 무척이나 살뜰하고 뿌듯한 존재였는데... 그가 왕자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소년은 사냥꾼이 있는 곳으로 왔다.
"아저씨. 저 왔어요."
사냥꾼의 그런 맘이 얼굴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소년은 급하게 사냥꾼을 향해 달려왔다. 무언가 칭찬이라도 바라는 아이의 얼굴처럼 희색이 돌고 있는 소년을 본 사냥꾼은 무심결에
"왕자님, 장하십니다."
라는 엉뚱한 얘기를 해버렸다. 소년도 자기 자신이 '왕자'라고 불리는 것이 어색하다.
"아저씨, 그냥 예전처럼 대해주세요. 전 왕자도 아니고, 그저 떠돌이인걸요."
"그러나..."
"그러게나. 나처럼 늙은이나 왕자님을 왕자님이라 부를법하지. 자네에겐 어울리지 않아."
소년을 왕자라고 부르며 부담을 얹어주기 보다는 친근한 사이로 지내는 것이 소년에게 더 좋으리라 생각한 노인의 농담이었다. 사냥꾼도 멋적게 소년을 보며,
"그.. 그럴까...?"
라며 운을 떼본다. 서로 상기된 두 뺨을 맞대며 소년과 사냥꾼은 예전처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들어서 알고 있다. 장하구나."
"꺽다리 아저씨가 다 막아주신 덕분인걸요."
"그래도 내 딸을 지킨건 너다. 그 아이가 무사하지 못했다면, 난 이곳에 있을 수 없었을 것 같구나. 네가 한 일이 이 문을 지킨 것과 다름없구나."
"그렇지. 지금까지 사냥꾼이 없었다면 적이 이 산을 넘으려고 얼마나 아웅다웅했을지 모르니까. 그가 이 곳에 없다면 군도 이 문을 공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을거야."
세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이 성의 의미와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이곳을 지키는 방법 등등... 이번 일은 정말 예상외의 일이었기에 노인은 조금 걱정되는 눈치였다.
"이제 이 성에서만 지키는 것은 그만 하세. 아마 적은 점점 더 유효한 방법으로 성문을 지나지 않고 공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어. 이제 곧 이 성문을 뒤로하고 마을에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러나 현재의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 마을과 이곳에서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네. 왕자님이 이곳에 계시는 이상 더 기다릴 필요는 없네. 이전의 국토를 수복하기 위해서라도 옛 백성들을 모아 다시 군대를 편성해야지. 이번 습격의 결과를 적은 아직 모르고 있을 걸세. 우리보다 먼저 이 문을 넘지는 않을테니까. 빠른 시간안에 적을 습격해야 하네."
"적은 현재 활 거리보다 멀리 진을 치고 있습니다. 경사도 완만한 곳이라 낙석이나 화공도 하기 힘듭니다. 거기에 저희쪽 문은 하나. 적은 항상 이곳 문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나갈 수 있겠습니까?"
"적의 허를 찌르려면 적과 같이 길이 아닌 곳으로 이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네? 저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자고요?"
소년은 어르신의 말에 짐짓 놀랐다. 성벽 주변의 산들은 가파르기도 했지만, 발 디딜곳도 없어 보였다.
"걱정말거라. 저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오기 위해선 힘든 댓가를 치러야 하지만, 이곳에선 무척 쉽게 넘어갈 수 있단다. 물론 저쪽으로 넘어가면 이 문을 통하지 않고는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지만 말야."

소년과 사냥꾼의 걱정과는 달리 노인에겐 자신감 있는 모습이 베어있었다.